시아버지를 때리는 며느리
시아버지를 때리는 며느리
어느 가난한 집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때리는 일이 잦더니
아이들도 그 본을 받아 할아버지를 때리더라.
하루는 한마을에 사는 시아버지의 친구가 찾아와
“내일이 내 생일이니 자네도 오소.”
하고 청하매 차마 거절할 수 없어 마지못해
“내 가지.”
하고 대답하거늘 다음날이 되어 막상 가려고 하니
마땅히 입고 갈 옷이 없는지라
홀로 앉아서
‘아이,
속없는 놈 봐라.
세상에 내가 옷도 없는데 무엇을 입고 남의 생일에 간다고 주전없이 그리 답했을꼬!’
하며 자책하는데
때마침 며느리가 냇가로 빨래를 하러 나가므로 몰래 아들의 옷을 입고 집을 나서니라.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살피며 냇가를 조심조심 지나는데
그만 며느리에게 들키고 말거늘
며느리가 하던 빨래를 제쳐두고 방망이를 들고 쫓아오니
두려운 마음에 친구집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대문 안으로 쑥 들어가니라.
방망이를 손에 들고 대문 앞까지 쫓아온 며느리가
마당에 꽉 들어찬 손님을 보고는 멈칫하며 들어서지 못하니
친구가 이를 알고
“자네 뒤에 서 있는 게 누군가?”
하고 묻거늘 시아버지가 면목이 없어 둘러대기를
“아, 이 사람아.
내가 오랜만에 걸음을 걸으니 넘어질까 걱정이 되어
며느리가 빨래를 하다 말고 여기까지 쫓아왔네그려.”
하고 허허 웃으니라.
이에 친구가
‘저렇게 군자 같은 시아버지를,
저런 못된 것이 그러는구나!’
하여 더욱 괘씸한 생각이 들거늘 방에 상을 크게 차리도록 이른 뒤에
그 며느리에게 안으로 들기를 청하니 극구 사양하는지라
그의 가족들이 거의 떠메다시피 하여 방에 앉히니라.
시아버지의 친구가 그 며느리를 가리키며 자식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들 좀 들어 보거라.
내 친구가 여기를 오는데 넘어질까 걱정이 되어
빨래를 하다 말고 여기까지 쫓아왔구나!
이런 효부가 어디 있느냐?
” 하며 짐짓 칭찬을 하니
시아버지는 이 틈을 타서 옷을 벗어 두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며느리는 부끄럽고 염치가 없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고 낯만 붉히며 앉아 있거늘
친구가 다시
“아이고, 이 효부는 시아버지가 음식을 안 자시고 그냥 가니 못 먹고 있구나!”
하며 가서 시아버지와 함께 들라고 음식을 싸 주니라.
며느리가 하는 수 없이 음식을 받아들고 엉거주춤 일어서서 나오며
곁눈으로 보니 자식들이
“아버님, 아버님!”
하고 절을 하며 지극히 위하거늘 며느리가 이에 감화되어
‘이 못된 년은 남편 옷 입고 간다고 잡으려고 막 뛰어왔는데
그것을 넘어질까 걱정이 되어 쫓아왔다고 말씀해 주시는 아버님께
그렇게 죄를 져서 쓰겠는가.’
하며 뉘우치고 그 후로는 마음을 돌이켜
시아버지를 진실로 공경하고 극진히 받드는 효부가 되었다 하더라.
“사람 못된 것은 쓸데가 없나니 될 사람은 이렇듯 본을 떠서 깨우쳐 주어야 하느니라.” “아무리 죽을 사람이라도 제 마음씨 하나만 고우면 일등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