慈慧朴孝纘 2025. 3. 27. 12:54

괜찮아?

 

박효찬

 

길을 나선 아파트 단지 나뭇가지가 텅 비어있다

이제 겨울이 오려나

바싹 말라버린 낙엽들이 바닥을 나뒹굴다

 

찢기고 바삭거리는 나뭇잎은 온전한 몸체가 없다

“괜찮아” 묻는 폰 너머의 목소리를 들은 듯

잔바람에 낙엽은 또 한 걸음 앞선다

“응, 괜찮아”

온전한 낙엽을 보았을 뿐이다

 

하늘은 음침하게 눈이라도 내릴 것처럼

자연은 때마침 순간을  포착한다

가을이 가면 하얗고 텅빈 가슴처럼 겨울이 온다

 

바람이 불어오는 날

주머니에 넣어둔 온전한 낙엽을 선물해야지

바싹 말라버린 낙엽 위로 포근한 흰눈이 덮이고

텅 빈 나뭇가지 사이로 초록색 잎이 보이는 날

 

“나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