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박 효찬씀
들녘 모퉁이 돌아서니
고운 자태 한껏 뽐내 듯
뭉실 뭉실 떠도는 안개 구름 뒤로
알 수 없는 영롱한 빛깔 하나
섬세한 섬유질 속으로 감추어 버린 채
돌맹이 하나 등지고
그늘삼아 풀잎 하나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서 있네
숨소리에 시들어 버릴 듯
발자욱에 놀래 웅크려 버릴 듯
여리고 시리도록 눈망울에 맺히네
가죽하나 걸치지 않아도
속살 여밈도 부끄럼 없이
꽃망울 살며시 열어 보이네.
속세를 오래토록 갈망하듯
오만과 자만을 토해버릴 듯
들녘 모퉁이
들바람 맞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