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輪廻)
박효찬
바람이 몹시 부는 밤이다 창문을 두드리고 문틈을 헤집고 악을 쓴다 아직은 가을밤인데 은행나무의 노란 잎 가지 위에 매달려 동동거리는데 까치는 감나무 위에서 운다 검은 아스팔트 거리엔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고 날아다니는 낙엽은 결정된 게 없다.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미 나무를 떠난 밤이라 자동차들이 난무한 야밤에 순응할 뿐이다 찢어지고 부서지고 형태가 없는 나뭇잎이다 바람이 바람으로 부는 날 흙내음으로 향기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