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박효찬
나 만의 카페 창 너머
숫 컷 은행나무 한그루
키도 크고 이파리가 무성하다
껴안아주면 포근할 것처럼
그림자가 되어준다
봄이 찾아와도
꽃을 피우지 않는다
꽃이 피지 않으니
웃음도 말 수도 없다
이슬비가 내리는 날
푸르름으로 상쾌해진다
꽃이 없어도 화려하고
열매가 없으니
상큼한 향기가
빗방울에 또로록
은행향에 묻혀
바람의 언덕 위
지킴이가 된 천년지기 은행나무이다
2025년 2월 6일
눈이 내린다
어두운 하늘에서 이리저리 나부끼는 눈발이 날 휘젖는 것 같다
어제가 그사람이 떠난지 100일 되는 날이다.
납골당을 다녀 올까 하는 마음으로 나선길에 난 가지 않고 쏘다니다가 저녁늦게 집으로 들어왔다
텅빈 집에 혼자 지키는 반려견이 있어 다행일까하는 생각으로 강아지를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꼬리치는 강아지를 쓰담아주고 꼭 안아주었다
안방도 비었고 거실도 텅비어 냉기만 가득하다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하니 그러한거야 하며 마음을 쓰러 내리며 인위적인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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